6월 14일 연중 제10주간 수요일
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이 철저하게 지키던 율법을 거스르는, 조금은 파격적
인 모습을 보여 주시기도 하였습니다.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어 먹는 제자
들을 감싸시는가 하면(12.1-8 참조), 당신도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
고쳐 주시며(12.9-14 참조) 스스럼없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. 이
는 하느님의 거룩한 율법을 업신여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
다. 예수님께서는 그런 오해를 없애시고자 오늘 복음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
하십니다. ‘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. 폐
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.” 예수님께서는 율법 안에 하
느님의 뜻이 담겨 있다는 유다인들의 기본적인 사상을 받아들이십니다. 하
느님께서 몸소 모세에게 건네주신 계명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시고 또 존
중하신 것입니다.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거부하거나 폐지하러 오신 것
이 아님을 분명히 하십니다.
그분께서는 오히려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. 여기서 ‘완
성하다’로 옮긴 그리스 말 동사 ‘플레로오’는 ‘충만하게 채우다’는 뜻으로 마
태오 복음서에 자주 등장하는 예언 성취 도식에도 즐겨 사용됩니다(1.22;
2.15.17.23 참조). ‘예언서의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.’는 구절,
예수님에 관한 일련의 사건들이 구약에 예고된 약속을 실현하고 완성한다
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.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
다는 말씀은 당신을 통하여 구약의 계명이 완전하고 충만하게 된다는 것을
뜻합니다. 이는 무엇보다도 율법이 지닌 진정한 의미와 그 근본적인 취지를
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합니다. 바리사이를 비롯한 유다인들은 율법
의 외적인 규정을 지키는 데만 치중하였을 뿐,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
찾는 데에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습니다. 이제 예수님께서는 율법에 대한 그
릇된 이해를 바로잡고 그것이 담고 있는 하느님의 충만한 뜻은 밝혀 주고자
하십니다. 그분께서 어떻게 율법을 완성하시는지, 우리는 내일 복음에서 한
가지 예를 보게 될 것입니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